부활을 맞으며...

부활하기 딱 좋은 화창한 날씨다. 만약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나오셨는데 비라도 내리면 분위기 이상했을 것 같다.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드리고 레오신부와 수녀님 두 분과 함께 신자들에게 보내는 부활 인사를 촬영하였다. 사순절, 성주간이라는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신자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기쁘게 부활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되어서 참 좋았다. 보면서 빵 터졌다고 해야 하나?

성주간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하면 신자들이 전례를 잘 알고, 조금이라도 잘 참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예절도 함께할 수 없는 신자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동영상을 통하여 신자들에게 다가가려고 계획을 하였다. 성당과 신자들은 한 가족이니까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어렸을 때 성지가지를 들고 ‘히브리 아이들이~’ 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성당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입장하던 생각이 났고, 신학교에서 큰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행렬하여 성당으로 들어가던 추억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그동안 여러 성당에서 주님 수난 성지주일 미사를 드렸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행렬다운 행렬을 하지 못하여 아쉬움이 있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의 행렬을 좀 특별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주차장을 돌고, 신자들에게는 성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서 성당 마당을 한 바퀴 행렬하였다. 날이 흐려서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시도였다. 바티칸에서 혼자 걸으신 교황님을 생각하면서 나도 세상을 위하고, 세상을 향하여 걷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혼자 걷는 것이 대세가 된 듯하다. 내년 주님 수난 성지주일에는 신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입성을 기념하면서 긴 행렬로 장엄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다.

동영상에 들어가는 성가들은 레오신부와 수녀님들과 틈틈이 녹음하였다. 약간씩 틀려서 다시 한 경우도 있지만, 모두 음악성이 뛰어나서 대부분 한 번으로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다. 영상에는 수녀님들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미사와 예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신자들 도움 없이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매번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전체적인 구상과 촬영과 편집은 레오신부의 역할이었고, IT강본당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레오 신부가 영상에 관심도 있고, 장비도 있어서 쉽게 시작 할 수 있었다.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작업을 한 경우도 있어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다음 주일(19일)이 미국에 와서 처음 맞이하는 영명축일인데 혼자 보내야 하는 것은 운명인가? 신자들과 한 자리에서 축하해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성삼일(목,금,토) 영상은 하루씩 전에 만들었다. 신자들이 당일에 보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Live streaming(실시간 방송)이 좋은 면도 있지만,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고, 영상마다 목적하는 것을 더 잘 보여 줄 수 있는 장점은 편집하는 영상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영상에서 필요 없는 부분은 잘라내고, 또 혹시 실수(ㅎㅎ)가 있어도 편집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있겠는가?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는 수요일 저녁에 드렸다. 신자들에게는 성삼일의 의미와 발 씻김 예식의 의미에 대한 설명에 역점을 두었다. 수난을 앞두시고, 자신을 배반할 유다의 발까지 씻겨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아프고, 이런 것이 하느님 사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했었던 발 씻김 예식들이 생각이 났다.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무작위로 뽑아서 발을 씻겨 주었을 때 신자들이 당황하면서도 좋아했던 기억이 많이 났다. 동영상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모든 신자들, 모든 사람들의 발을 씻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성금요일 예식에서는 십자 나무 위에 세상 구원이 달렸다는 말씀을 묵상하면서, 십자가는 십자가, 구원은 구원이라는 이분법 적인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다시 생각하였다. 십자가와 구원, 고통과 평화가 함께 있는 이해하기 힘든 현장이 바로 십자가 사건이다. 우리는 십자가 뒤에, 고통이 지나간 다음에 구원과 평화가 오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고통과 십자가 위에서는 하느님께서 나를 버리셨다고, 그분은 안계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느님은 바로 그곳에 계셨고, 거기에서부터 하느님 나라의 뿌리가 내렸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식이고, 신앙의 신비이다. 

레오 신부가 강론에서 숨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는데, 예수님의 숨결이 성경의 모든 사건들을 십자가와 그리고 구원과 연결 시켜 주는 고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분의 따뜻한 숨결을 오늘 우리들에게까지 연결되고, 그래서 우리는 생명을 간직한 하느님의 사람들이다. 힘든 상황에서 하느님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고통으로 상징되는 십자가를 피하여 살아갈 때 우리에게 부활의 기쁨이 있을까? 예수님은 부활로 가는 유일한 길을 선택하셨고, 거기에는 십자가가 있었다. 그리고 십자가를 뚫고 완성인 부활을 이루셨다.

주님 부활 대축일 성야 미사는 불 축성으로부터 시작된다. 밤의 짙은 어둠을 깨는 것이 초불이다. 약하고 작은 촛불이 짙은 어둠의 힘을 깨고 세상을 빛으로 바꾼다.  바로 그리스도의 빛이다. 초를 장식하고, 불을 축성하여 붙이는 예절을 신자들에게 잘 보여주고 싶어서 거기에 역점을 두었다. 평소에는 어둠속에서 뒤만 바라보고 있을 뿐 예절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 복된 탓이어라! 그 탓으로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네,’라고 노래하는 파스카 찬송은 구세사 전체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설명하여 준다. 탓이 복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지만, 구세주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신앙의 신비다. 이어서 실제로 성경에 기록된 하느님의 손길을 7개의 구약성경과 신약 서간편을 통하여 듣게 되고, 복음에서 완성을 이루는 부활의 말씀을 듣게 된다. 우리에게는 딴 나라 역사이지만 하느님의 손길은 언제나 나를 만져주시고, 지켜주시고, 인도해 주신다는 것을 묵상할 수 있다.

성지(성지가지)를 축성하고 신자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동생과 어머니가 있는 LA의 성당에서 성지를 우편으로 보냈다는 말을 듣고 따라 하기로 하였다. 신자들에게 부활 카드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보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본당의 PDS의 자료를 정확히 해야겠다는 절실한 필요 때문에 정보를 요청하는 인쇄물을 넣게 되었다. 그리고 부활시기 동안에 기도할 지향과 기도 방법, 그리고 기도문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신자들이 뜻밖의 선물로 메일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새벽 1시 반까지 작업을 하여서 보냈는데, 준비하는 과정이 바쁘고, 쉽지 않았지만 신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다.  

정말 아름다운 날이다. 밝고 행복한 내일을 기다리면서 오늘을 슬프고 힘들게 지내는 것은 맞지 않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 따라서 신자들이 오늘 미사를 못 드리고, 활동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언젠가 안전하게 모여서 미사 드리고, 활동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은 필요하지만, 오늘 기쁘게 지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봄 햇살에 모든 나무에 싹이 나오고 꽃이 피듯이 주님의 부활도 세상 모든 사람들 마음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나이 들면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은 본당신부도 마찬가지다. 신자들인 이번 기회에 성경을 읽거나 쓰면 좋겠다. 특히 가족이 함께 모여서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이 너무 어린가요? 저는 애기 때부터 기도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커서 같이 하지 않나요? 가족이 마음을 모아야지요. 

제가 아는 어떤 부모는 자녀들에게 ‘본인들의 생일이나 명절에 오지 않아도 되는데, 부활과 성탄 미사는 꼭 같이 하자.’고 하였는데, 자녀들은 결혼을 후에도 부활, 성탄 미사를 같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일과 명절도 잘 챙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먼 훗날 자녀들이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는가를 고민하면, 신앙교육은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라도 가장 우선적으로 시켜야 할 교육임을 잊지 않아야합니다.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유산이 신앙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활을 살아가는 삶을 자녀들에게 잘 가르쳐 주도록 합시다. 세상에서도 아름답게 살고,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함께 누릴 때 가정의 완성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많이 사랑합니다. 

 

2020년 부활절에

방경석 알로이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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